<미키17> - 리뷰
. 줄거리 .
영화는 17번째로 복제된 미키가 새로운 정착 행성 니플하임에서 사고를 당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미키를 함께 지구를 떠나온 친구 '티모'는 미키가 어차피 다시 복제될 것을 구실로 구하지 않고 그대로 그를 두고 떠나고 미키는 그 상황을 원망하거나 화를 내긴 커녕 차분하게 받아 들인다. 무기력하다기 보다 무저항적 독특한 성격을 보인다. 행성의 원주민인 '크리퍼'에게 잡아 먹힐거라 생각 하지만 크리퍼들은 미키를 구해주고 함선으로 돌아간 미키의 앞에는 그사이 새로 복제한 '미키18'이 있다.
미키는 지구에서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사채 빚을 지고 지구에서 달아났다. 영악한 '티모'는 여러번 '미키'를 속인 듯 한데 지구를 떠나는 함선에 오를 때에도 본인은 화려한 언변 등으로 제대로 된 직업을 얻고 '미키'는 무언지도 모르는 직업에 지원 한다. 소년 같이 무해하기도 하고 어리석어 보익도 하는 미키는 본인이 선택한 일이 기억을 저장한 뒤 힘들고 위험한 일에 지원되어 여러 차례 죽고 복제되는 익스펜더블이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지만 그 상황에서도 그대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 들이고 4년간의 우주 이동이 시작된다.
나중에 자신과는 많이 다른 캐릭터인 '미키18'을 만나고 그동안 태어났던 미키들이 약간씩 다른 성향을 가졌던 것을 깨닫는다. 정치적 도덕적 이유로 생겨난 법율에 의해 하나의 미키만이 존재 할 수 있기에 한쪽이 죽어야만 한다고 생각 했던 미키 18과 달리 미키 17은 공존 할 방법을 제안하고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얼마 지 않아 함선의 히틀러 같은 위선적이고 폭력적인 리더로 인해 어쩌면 예정되었던 사고가 일어난다..
<미키 17> 의 앞쪽의 이야기 전개는 어쩌면 몇몇 보았던 해외 SF영화와 비슷한 결을 가졌었다. 우주 개척 함선을 정상적인 회사의 지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광신도 적인 종교 단체가 회사라는 명목만 가지고 두차례나 낙선한 제정신이 아닌 정치인을 리더로 선정해 사람들의, 어쩌면 인류의 미래를 맞겼다는 설정이 어딘가 예언적이라 슬펐다.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마치 지금의 상황이 올 것을 미리 안 것 처럼 이야기를 썼다는게 예전부터 영화 감독들은 미래를 본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원작인 미키7에도 같은 이야기 배경이 있는 걸까 궁금한 동시에 인류는 우주로 집보다도 큰 함선을 날려 보내지만 그때에도 비이성적인 부분에 기대어 불안한 욕망을 다스리거나 잊거나 외면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기억을 온전히 가진 인간을 복제 했다는 이유로 당연하듯 사지로 내모는 모습도 아이들을 납치해서 장기 밀매를 하는 어느 사건 사고들을 떠올리면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닌가 싶고, 복제된 미키를 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태도도 복제는 커녕 몸이 조금만 불편하더라도 그 대상을 대하는 태도가 자기보다 많이 가진 대상을 대하는 태도와 하늘과 땅만큼 달리 하는 사람들과 다른게 하나 없어 당장 미키가 우리 옆으로 온다고 해도 별반 다를게 없을 것 같았다. '당연한 존재' 라는 생각..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으면 당연히 힘들어도 되고 나와 다른 삶을 사는게 미안하거나 안타깝지 않은 이유가 각박하기만 해서 일까.. 이렇게 하나씩 정리를 하면서 글을 쓰다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모자라고 사랑스럽게 설정되 있던 미키의 아름다운 얼굴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보는게 너무 괴로워서 그만 보고 싶었을 것 같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번 영화에도 온갖 인간이 가진 지저분한 뒷모습 옆모습을 다 담아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봉준호감독의 영화들과 <미키 17>
어쩌면 다른 감독이라도 만들 수 있었을 것만 같던 영화의 초반부를 지나 - 회사를 가장한 종교단체에서 함선의 리더를 조종하기 위해 보낸 것만 같은 부하와 미키와 또 다른 주인공의 만찬 자리에서 (멍청한 리더의 옆에는 항상 뱁 같은 배후 조종자가 있다. 이건 영화 뿐만 아니라 현실에도 일어나는 분명한 법칙같다.) 그를 와 그 무리가 기도를 하는 장면이 마치 한국의 광신도들이 기도를 하고 노래를 하는 장면과 꼭 닮아 있어 아주 어색하고 괴기 했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여러 장면들에서 봉준호감독 특유의 웃기 면서 동시에 불편한 기분이 드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런 장면들이 최고로 잘 실려 있는 건 <괴물> 이었던 것 같다. <미키 17>은 우주, 복제인간 같은 이야기 특성 때문인가 <괴물>, <기생충> 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이 로버트 패터슨이 어서는 아닌것 같다. <설국열차>에서 송강호는 한국 사람이 아닌 온 세상이 다 망하고 섞여 있는 세상 - 국가가 아무 의미가 없는 나라에서의 캐릭터라고 온전하게 느꼈다. 부녀지간의 애정을 한국 특유의 것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혈육에게는 비슷한 감정을 느끼거나 혹은 느끼지 않는 특이한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지금 까지 본 영화의 갯수를 전부 세어 본다면 한국영화 보다는 해외 편이 더 많을 것이라 주인공이나 배경 때문에 영화에 몰입감이 덜 했다는 생각은 안든다. <설국 열차>도 낯선 부분이 있었지만 그것도 이야기의 배경이나 너무 독특했던 캐릭터들, 특히나 좋아했던 틸다 스윈턴의 괴이한 모습 때문이었지 외국이 출연 배우가 많아서 돌 가깝게 느껴졌던 건 아니라고 생각 한다. 반해, <기생충>은 고시원이나 반지하에서 오래 살았던 경험 때문에 내 이야기 같이 끔찍한 몰입감, 동질감을 느껴야 했다. 사람들은 불편하고 웃겼다고 했지만 나는 웃긴 것의 비중이 거의 없이 힘든 영화였는데 그런 힘듬의 강도는 비슷하고 몰입할 요소는 조금 덜 했던 것도 같다. 그런 것들도 재미요소로 보고 또 너무 좋아하는 영화인 <괴물> 에서의 코미디 적인 요소들도 재미 요소로 본다면 이번 영화가 앞의 영화들에 비해 조금은 보기 힘들고 덜 재미있는 영화 였던 것 같다. ( <옥자>는 개인 적으로는 좋아 뭘 이야기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언급을 하지 않겠다. )
대신 <미키 17>이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 일리는 없다. 글을 어떻게 쓸까 고민을 할 때 토끼의 간 마냥 뇌를 빼놓고 보아도 재밌게 볼 영화라고 생각 했다. 다만 하나씩 생각을 하면서 보면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 비록 미키 17은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멋진 여성과 행복한 결만을 맺음에도 계속 슬프고 무거운 기분이 드는걸 피하기 힘든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일상을 보내고 운동까지 다녀와 잠을 자기 직전 .. 오늘 본 영화를 정리하려 떠올리는 순간 아까의 무거운 기분이 다시 머리를 조여 오는 것 같다. <괴물>이나 <기생충>, <설국열차>도 결국은 비슷한 느낌이 남았는데 봉준호 감독은 참 .. 세상에 이로운 변태 같다.
감독의 머리속 미래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 <기생충>이 있었지만 <설국열차> <옥자> 다음이 <미키17> 이라는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사람과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가 영화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감독들이 있다. 이런 각도에서는 대상을 이렇게 보고 다른 방향에서 볼 땐 또 다르게.. 관점이 성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사람이나 세상이 가지고 있는 기본 규칙? 같은 부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운이 좋아 영화까지 만들 수 있게 되면 일어나는 일 같다. 반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보고 어떻게 바뀌어 가는 가 자체도 흥미롭다. 그리고 그 감독이나 작가가 보고 있는 것들은 변하더라도 '맞다' 변해가는 과정을 본인도 격고 세상도 동시에 격고 있는 거라고 .. 사람들이 다들 봉준호 감독이 천재라고 하니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이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나 사람들을 인지하는 인식이 궁금했다. 왜냐면 머리가 좋은 영화 감독들은 미래를 잘 맞추기 때문이다. 미래는 상상력과 기술이 잘 섞여서 찾아 오는 거라고 믿는데 좋은 상상력은 좋은 관찰력을 가진 사람들, 아주 끈질기게 싫은 것까지도 관찰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살인의 추억>, <기생충>, <옥자> 같은 이야기는 기분 좋은 마음만 가지고 이야기를 만든 것이 아닐 거라 생각 했다. 쳐다보기도 싫은 것들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감독이 깨달은 것들은 자기도 모르게 혹은 아주 의도적으로 다음 영화에 담겨 버리는게 아닐까. 실제로 천재 감독들이 영화속에서 미래를 상상하며 보여주었던 많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나..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이 보는 지금의 세상과 사람들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관찰한 것들을 바탕으로 알게된 사실들이 유추한 다음은 무엇일까. 오늘 개봉한 감독의 마지막 영화가 <미키17> 이라면 그 다음 영화는 무엇이 될까.
내일은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영상들을 찾아 보아야 겠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만들까 상상해 보고 그게 맞아 떨어질 지도
재미거리로 두고 싶은데 너무 암울한 영화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