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보
2000년 개봉
감독 : 장문일 - 1963년 생으로 감독,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 2000년: 《행복한 장의사》 - 감독 각본
- 2007년: 《바람피기 좋은날》 - 감독 각본
- 2013년: 《돼지 같은 여자》 - 감독 각본
- 2005년: 《파랑주의보》 - 감색
- 1996년: 《꽃잎》 - 각색 조감독
주연배우 - 임창정
|
|
1997년 화제작인 영화 비트 이후 더욱 왕성한 활동을 시작해 이후로 더 많은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임창정은 대표적인 엔터테이너로 지금도 가수와 배우 예능 활동 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김창완
- 영화: 《아저씨》(2010), 《범죄도시》(2017), 《화차》(2012), 《타짜》(2006) 등
-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 등
- 기타: 산울림의 보컬 및 작곡가, 라디오 DJ
오현경
-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마음이2》(2010) 등
- 드라마: 《환혼》(2022), 《사랑의 불시착》(2020), 《내조의 여왕》(2009) 등
- 기타: 미스코리아 출신
정은표
- 영화: 《관상》(2013), 《아기와 나》(2008), 《이태원 살인사건》(2009) 등
-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 《파친코》(2022), 《비밀의 숲》(2017) 등
최강희
- 영화: 《싸이보그 그녀》(2008), 《위험한 상견례》(2011), 《달콤한 거짓말》(2008) 등
- 드라마: 《미스티》(2018), 《최고의 사랑》(2016), 《매직 키드 마수리》(1999) 등
- 기타: 밝고 개성 있는 캐릭터로 최근 다시 예능에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줄거리
처마 아래에서 맞는 비 냄새와 추적추적한 민소매, 시끄러운 매미 울음이 들리는 것 같은 이 영화에는 가난하고 덜 개발되었던 시절의 모습, 농사로 먹고 살던 시절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도시 살이를 하던 청년이 돌아온다. 대대로 장의업을 이어온 집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이든 할아버지를 도와 장의사로서의 삶을 억지스레 시작해 격는 심플한 이야기다. 마을은 계절과 전통을 아끼던 시대의 사람들과, 도시로 달아났다 돌아온 주인공을 대조해서 보여준다. 도시에서의 삶이 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팍팍한 곳이었던 것처럼, 시골의 삶도 지금과는 꼭 같게 살 수 없을 넘어야 할 뭔가가 시작 된걸 보여준다. 주인공은 아마 어느곳에 있더라도 힘든 삶을 살 것이다. 꿈은 있지만 내자리가 없는 그곳과 사라져 가는 일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이곳, 영화는 이곳에서의 삶으로 밀려 돌아온 주인공을 보여준다. 어쩌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요즘에도 또 맞는 이야기가 이날까. 지금 정도의 속도면 많은 것이 기록되지 않았던 시절의 풍경은 얼마나 빨리 잊혀질까? 세상은 변하고, 지나가버린 것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죽음은 아이에게도 노인에게도 공평하다. 지나가는 시간을 몸으로 맞으면 사람이 성장 하듯 주인공도 온 몸으로 시간과 함께 찾아오는 이야기들을 맞으며 성장 한다.
감상
이 영화는 한여름, 장대비가 쏟아지면 생각 나는 영화다.
길게 자란 풀과 늪, 밤(夜), 관(棺), 비(雨).
분명 무서운 장면들이 많았는데, 그 장면의 마무리는 꼭 폭소를 자아내는 연출과 이를 기가 막히게 살린 연기자들 덕에 불쾌감 없이 개운한 기분으로 볼 수 있었던 영화다. 어린 나이에 보았음에도, 도대체 이 영화의 장르는 무엇인지 헷갈렸던 작품, 바로 ‘행복한 장의사’이다. 보통 영화는 너무 많은 요소를 섞으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흐려지고, 캐릭터들의 매력도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희한하게도 섞여 있는 여러 요소들이 관객의 마음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그 시절 헐리우드 영화를 처음 볼 때처럼 재미있게 느껴지게 했다. 무서웠다가 웃겼다가를 반복하다가, 마지막에는 뒤통수를 몇 방 (한 방이 아니다. 몇 방이었다) 세게 맞고 얼얼한 상태로 영화가 끝난다. 꺼이꺼이 울며 끝나는 영화보다, "어?" 하며 입을 벌린 채 영화가 끝날 때 더 오래 생각하게 된다. 무겁고 끈적거리는 주제를 호러로 끌어와 코미디로 잘게 부숴 보는 이에게 착착 입혀주는 영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결국엔 딱 맞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영화였다. 그 당시에는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홍콩 영화나 외국 액션 영화들만 잔뜩 보던 시절, 처음으로 외국 영화를 흉내 내지 않은 멋진 한국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물론 그때도 좋은 한국 영화들이 있었지만, 어린 내가 보기에는 어려운 것들이었다.)
이 영화는 이야기도 아름답고, 펼쳐지는 공간도 아름다운데, 캐릭터들까지 하나하나 사랑스러웠다. 잠깐 출연했다가 죽은 뽀글머리 역의 여배우조차도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임에도 그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좋은 이야기가 배꼽 빠지게 웃긴데,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까지 있으니,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감독의 이름도 몰랐지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볼 때 항상 떠오르는 영화였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미장센으로 유명한 ‘아가씨’보다도 이 영화의 색감과 풍경, 사람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얀 머리의 낡은 장의사는 꼭 진짜 그 시골 마을의 어르신 같았고, 임창정 배우가 맡은 철없는 젊은이가 점차 생각이 깊어지는 과정이 참 자연스럽다. 모든게 그냥 있는 것들 같다. 옛날 마을의 시내 목욕탕, 다방커피가 배달되는 여관, 기와집의 내외부 모습, 시골길과 늪, 논... 모든 것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20~30년 뒤에도 이런 것들이 남아 있을까? 있었던 것이지만 사라져 가는 것이구나. 지금 살아 계시는 시골 어르신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내가 기억하는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이다. 전쟁통을 지나 하늘과 땅만 바라보며 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사람들. 기와지붕 아래 처마에 걸터앉은 하얀 옷을 입은 노인의 모습을 보고 자란 세대도 얼마 없을 것이다. 깡시골에서 자란 덕분에 나는 삼배옷을 입고 비녀를 꽂은 외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멀리서 본 할머니의 모습은 항상 인상적이었다. 작게 뭉그러진 체구는 외롭게도 보이고 초연기도 했다. 영화는 어린시절 내가 본 시골 마을과 이미 사라진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